
직장 동료가 어느 날 아침 발을 끌다시피 출근하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처음엔 그저 발목을 삐었겠거니 했는데, 그게 통풍이었습니다. 출산 통증보다 더 극심하다고 알려진 병, 저도 곁에서 지켜보기 전까진 그게 얼마나 심각한 신호인지 몰랐습니다.
새벽에 찾아오는 극심한 통증, 그 정체
동료가 처음 통증을 느낀 건 새벽 두 시였다고 합니다. 자다가 벌떡 일어났는데 발 엄지발가락이 불에 타는 것처럼 아파서, 병원도 못 가고 밤새 방 안을 맴돌았다고 하더군요. 제가 직접 겪어보진 않았지만, 다음 날 부어오른 발을 보고 저도 덩달아 놀랐습니다.
통풍이 유독 새벽에 자주 발작을 일으키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사람의 체온은 수면 중에 가장 낮아지는데, 체온이 떨어지면 요산 결정(urate crystal)이 더 잘 생성됩니다. 여기서 요산 결정이란 혈액 속에 과잉 축적된 요산이 굳어서 관절 안에 침착된 날카로운 결정체를 말합니다. 이 결정이 관절 안에서 염증 반응을 폭발적으로 일으키는 것이 바로 급성 통풍 발작입니다.
급성 통풍 관절염은 가만히 두어도 일주일에서 이 주 안에 자연스럽게 가라앉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바로 이 점이 함정이라는 겁니다. 동료도 처음 몇 번은 "저절로 나았다"라고 여기며 방치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발작의 간격은 점점 짧아지고, 결국 만성 통풍 관절염으로 이어지면 관절이 끊임없이 아프고 결국 파괴됩니다.
발작이 갑자기 왔을 때 응급 처치로 할 수 있는 것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아픈 발을 심장보다 높게 올려서 혈액이 집중되지 않게 한다
- 얼음찜질로 염증 부위를 냉각시켜 부기를 완화한다
- 통증이 있는 상태에서 무리한 운동은 절대 하지 않는다
- 날이 밝는 대로 바로 병원을 방문해 항염 치료제를 처방받는다

요산 수치가 올라가는 진짜 이유
통풍은 혈중 요산 농도(serum uric acid)가 과도하게 높아질 때 발생합니다. 여기서 혈중 요산 농도란 혈액 1dL 안에 녹아 있는 요산의 양을 mg 단위로 표시한 수치로, 7.0mg/dL을 넘으면 결정 형성 가능성이 생기고 8~9mg/dL 이상이면 실제로 결정이 만들어지기 시작합니다.
요산은 퓨린(purine)이라는 물질이 분해되면서 만들어집니다. 퓨린이란 세포의 핵 안에 존재하는 성분으로, 모든 생물의 세포에 들어 있기 때문에 우리가 음식을 먹는 것만으로도 퓨린이 체내에 유입됩니다. 소고기, 돼지고기, 내장류처럼 세포가 밀집한 식품에 특히 많습니다.
솔직히 이건 저도 예상 밖이었습니다. 요산이 높아지는 원인을 단순히 "고기를 많이 먹어서"로만 알고 있었는데, 실은 요산이 생산되는 양보다 배출이 제대로 안 되는 쪽이 더 큰 문제인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신장(콩팥)이 소변으로 요산을 내보내는 과정에서 기능이 떨어지면 요산이 쌓일 수밖에 없습니다. 통풍 환자의 상당수가 신장 기능과 연결된 배출 장애를 갖고 있다는 점은 반드시 알아야 할 부분입니다.
또 하나, 제가 특히 강조하고 싶은 건 과당(fructose)의 역할입니다. 퓨린이 없더라도 요산 수치를 올리는 것이 있는데, 바로 술과 과당입니다. 과당은 청량음료나 과일 주스에 대량으로 들어 있습니다. 과당이 대사 되는 과정에서 퓨린 분해가 촉진되어 요산이 급격히 증가합니다. 동료가 회식 다음 날 유독 통증이 심해진 것도 알코올이 요산 배출을 막고, 여기에 안주로 먹은 육류의 퓨린까지 겹쳤기 때문일 가능성이 큽니다.
인슐린 저항성(insulin resistance)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인슐린 저항성이란 세포가 인슐린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해 혈당이 잘 처리되지 않는 상태를 말합니다. 인슐린 수치가 지속적으로 높아지면 신장이 요산을 소변으로 내보내지 못하고 다시 체내로 재흡수시킵니다. 결국 통풍은 탄수화물·당류 과잉 섭취로 인한 대사 이상이 만들어낸 결과이기도 합니다(출처: 대한류마티스학회).
약만 믿으면 안 되는 이유, 대사질환과의 연결
동료의 주치의는 처음부터 통풍을 "관절 문제"가 아니라 "대사질환의 하나"로 설명했다고 합니다. 제 경험상,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동료는 그게 무슨 뜻인지 잘 몰랐다고 했는데, 지금은 가장 중요한 말이었다고 이야기합니다.
통풍은 비만,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과 함께 대사증후군(metabolic syndrome)을 구성하는 질환으로 분류됩니다. 대사증후군이란 복부 비만을 중심으로 혈압, 혈당, 혈중 지질 수치가 동시에 이상을 보이는 상태를 묶어서 가리키는 개념으로,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크게 높입니다. 통풍 환자에게서 고혈압, 당뇨가 함께 발견되는 경우가 흔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한국인의 대사증후군 유병률은 남성에서 지속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출처: 질병관리청).
치료는 크게 두 축으로 나뉩니다. 발작이 왔을 때 염증을 빠르게 가라앉히는 항염 치료와, 요산 자체를 낮추는 장기 치료입니다. 장기 치료에 쓰이는 대표적인 약물이 알로퓨리놀(allopurinol)인데, 수십 년의 임상 사용을 통해 안전성이 확인된 약입니다. 다만 약 0.1% 정도에서 심한 피부 부작용이 보고되기도 하므로, 복용 초기에는 이상 반응이 없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는 말이 무조건 암울하게 느껴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생활습관을 철저히 바꿔 체중을 줄이고 식단을 조절한 일부 환자들은 실제로 약을 끊을 수 있는 단계까지 도달하기도 합니다. 약은 소방수고, 근본적인 불씨를 끄는 건 결국 식단, 체중, 스트레스 관리입니다. 퓨린 함량이 높은 특정 식품만 제한하는 것보다, 전체 칼로리를 줄이고 인슐린 감수성을 높이는 방향이 요산 수치 감소에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통풍이 보내는 신호를 "발이 좀 아픈 것"으로 넘기지 않았으면 합니다. 제가 동료의 절뚝이던 뒷모습을 보며 가장 크게 느낀 건, 몸은 오래전부터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는 겁니다. 통풍 발작이 처음 왔다면 혈중 요산 수치는 물론,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까지 한 번에 확인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아픈 발 하나를 고치는 게 아니라, 몸 전체의 대사 흐름을 점검하는 기회로 삼는 것이 결국 더 빠른 회복으로 이어집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 조언이 아닙니다. 통풍 증상이 의심된다면 반드시 류마티스 내과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bMKM0GaakHA&list=WL&index=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