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가 저녁마다 무겁고 뻐근한 게 단순 피로 때문이라고 확신하고 계십니까?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아이 등하원에 집안일까지 겹치는 날이면 저녁쯤 다리가 천근만근이 되는 게 당연한 거라고, 그냥 많이 움직인 탓이라고 수년째 넘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피로감이 혈관 문제에서 시작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저녁마다 심해지는 다리 통증, 혈관을 의심해야 하는 이유
일반적으로 다리 통증이라고 하면 허리디스크나 근육 문제를 먼저 떠올리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오랫동안 그 틀 안에서만 생각해 왔습니다. 그런데 정맥 부전(venous insufficiency)이라는 개념을 접하면서 시각이 달라졌습니다. 여기서 정맥 부전이란 발끝에서 심장 방향으로 올라가야 할 혈액이 판막 기능 이상으로 인해 거꾸로 역류하면서 아래쪽에 쌓이는 상태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하수도가 역류하듯, 노폐물을 실은 혈액이 제대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다리 하부에 정체되는 것입니다.
이 상태가 되면 말초 부위에는 신선한 혈액 공급은 줄고 탁한 혈액만 고이게 됩니다. 그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 다리 무거움, 저림, 야간 쥐, 발의 시림이나 열감처럼 형태가 불분명한 불편함입니다. 제가 경험상 특이하다고 느낀 것은, 가만히 앉아 있을 때 더 불편하고 오히려 조금 걸으면 나아지는 패턴이었습니다. 근골격계 문제라면 움직일수록 아픈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는 반대였습니다. 정맥 주변 근육이 수축하면서 혈액을 위로 밀어 올리는 근육 펌프 기전(muscle pump mechanism) 덕분에 보행 시 오히려 증상이 완화된다는 설명이 그 경험과 딱 맞아떨어졌습니다.
또 한 가지 인상적이었던 것은 통증의 시간대입니다. 하지정맥류로 인한 불편함은 기상 직후에는 거의 없다가 오후나 저녁으로 갈수록 심해지는 진행성 패턴을 보입니다. 허리디스크처럼 특정 자세나 동작에서 통증이 재현되는 것과 다르게, 어떤 자세를 취해도 통증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점도 구별 지점입니다. 사회복지사로 현장에서 어르신들을 만날 때 "저녁만 되면 더 아프다"거나 "앉아 있으면 더 답답하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는데, 그동안은 노화나 관절 문제로만 해석했습니다. 그 말들이 이제 다르게 들립니다.
하지정맥류로 의심해 볼 수 있는 주요 증상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오후·저녁으로 갈수록 다리가 무겁고 뻐근해진다
- 가만히 앉아 있을 때 오히려 더 불편하고, 걸으면 조금 나아진다
- 밤에 다리에 쥐가 자주 나서 수면을 방해한다
- 발이 지나치게 시리거나 반대로 뜨겁게 느껴진다
- 저녁이 되면 양말 자국이 깊게 남거나 신발이 꽉 끼는 느낌이 든다
- 통증의 위치나 양상이 애매하고, 꼬집어 설명하기 어렵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하지정맥류 환자 수는 꾸준히 증가 추세에 있으며, 특히 장시간 서서 일하는 직업군에서 발생 비율이 높다고 보고되고 있습니다(출처: 국민건강보험공단).
초음파 진단부터 혈관 경화 요법까지, 치료의 실제
진단 방법에서도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혈관이 겉으로 튀어나와야만 하지정맥류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그렇지 않습니다. 제가 직접 확인해 본 것은 아니지만, 혈관이 외부로 드러나지 않아도 내부에서 역류가 이미 진행 중인 경우가 있습니다. 정확한 진단은 도플러 초음파(Doppler ultrasound) 검사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여기서 도플러 초음파란 혈관 내 혈류의 방향과 속도를 실시간으로 시각화하는 검사 방식으로, 판막 기능 이상 여부를 직접 확인하는 데 핵심적인 도구입니다. 검사는 반드시 서서 하는 것이 원칙인데, 중력이 작용하는 자세에서 역류 여부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치료는 크게 보존적 치료와 혈관 폐쇄 시술, 그리고 혈관 경화 요법으로 나뉩니다. 압박스타킹이나 종아리 근육 운동은 보존적 치료에 해당하며, 정맥 부전 자체를 고치는 것이 아니라 증상 진행을 늦추고 불편감을 줄이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압박스타킹을 큰 기대 없이 써봤는데, 하루 종일 활동한 날에도 다리가 덜 무겁고 붓는 느낌이 확실히 줄었습니다. 원리를 이해하고 나니 효과가 더 납득이 됐습니다.

근본적인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혈관 경화 요법(sclerotherapy)이 사용됩니다. 여기서 혈관 경화 요법이란 손상된 혈관에 경화제를 주사하여 혈관 내벽에 인위적인 염증을 일으키고, 혈관이 쪼그라들며 막히도록 유도하는 방법입니다. 비교적 작은 혈관이나 역류 양이 적은 경우에 적합하며, 외래에서 간단하게 시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만 혈관이 굵거나 역류 양이 많은 경우에는 생체 접착제를 이용한 혈관 폐쇄술이나 고주파 열을 이용한 혈관 폐쇄 시술이 적합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치료 설명을 들으면서 솔직히 한 가지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시술 방법에 대한 설명은 접근하기 쉽게 잘 전달되는 반면, 시술 이후 재발 가능성이나 추가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 대한 설명은 상대적으로 가볍게 다뤄지는 인상이었습니다. 정맥은 거미줄처럼 연결된 구조라 특정 혈관을 막아도 다른 가지 혈관에서 새롭게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 점을 먼저 알고 치료에 임하는 것과 모르고 임하는 것은 기대치 관리 면에서 차이가 클 수 있습니다. 대한혈관외과학회에서도 하지정맥류는 재발 가능성이 있으므로 치료 후 정기적인 추적 관찰이 권장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출처: 대한혈관외과학회).
다리 통증을 오랫동안 단순 피로로 넘겨온 분이라면, 한 번쯤 혈관 문제를 체크포인트에 올려두시길 권합니다. 저처럼 육아나 업무로 자신의 몸 상태를 뒤로 미루다 보면 신호를 놓치기 쉽습니다. 혈관이 겉으로 튀어나오지 않아도, 저녁마다 반복되는 그 묵직한 느낌이 이미 시작점일 수 있습니다. 의심되는 증상이 있다면 도플러 초음파 검사가 가능한 병원을 찾아 먼저 확인해 보시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첫걸음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료 조언이 아닙니다. 증상이 있을 경우 반드시 전문의 상담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wy0k-OO3weo&list=WL&index=4